[토요저널 기사]한국은 국민의 기대수명이 높은 국가 중 하나다. 의학 발전과 병원 접근성이 비교적 우수하고 건강보험 시스템이 체계적으로 구축돼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노인성 만성질환의 유병률은 갈수록 증가하고 대부분의 의료행위가 노인성 질환의 조기 발견과 치료에 집중되고 있다. 안과 분야도 마찬가지다. 백내장과 녹내장은 각종 매체에서 흔히 접하는 대표적인 노인성 안과질환이지만 그 차이를 정확히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백내장과 녹내장의 정의와 병인, 치료 방법을 알아본다.
노화가 주원인 백내장
백내장 하면 언뜻 눈동자가 하얗게 덮이는 모습을 머릿속에 떠올린다. 실제 백내장(cataract)의 어원은 ‘흰 폭포가 눈 속에서 떨어지는 것처럼 보인다’는 뜻의 라틴어 ‘카타락타(cataracta)’에서 유래했다는 의견이 있다. 다만 백내장으로 눈동자가 하얗게 보이는 것은 정말 심한 말기에 한해 가능한 일이다. 또 검은 눈동자, 즉 결막에서 섬유혈관성 조직이 성장해 들어오는 익상편(pterygium)과도 구분해야 한다.
백내장이란 눈 속에 있는 한없이 투명하고 부드러운 초콜릿 또는 렌즈콩 모양의 수정체가 다양한 원인에 따라 하얗게 변하는 질환이다. 외부에서 유입된 빛이 제대로 투과되지 않기 때문에 백내장이 심해지면 심각한 시력 저하가 유발된다. 가장 흔한 원인은 노화다. 대개 50대 이후에 발병하고 70대 이후에는 적지 않은 비율로 수술이 요구된다. 다만 비교적 젊은 연령의 50대에서 미약한 백내장이 발견된 경우 수술이 필요한 경우는 많지 않다. 노화가 가장 일반적인 원인이지만 이 밖에 흡연, 자외선 등이 수정체의 단백질을 변성시켜 백내장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외상, 포도막염, 장기간 스테로이드 사용, 당뇨병 등도 백내장의 대표적인 원인으로 지적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2019년 노년 백내장으로 의료기관을 찾은 환자는 118만136명으로 2015년 93만7762명보다 25.8%(24만2374명) 증가했다.
이 중 입원환자는 3명 중 1명꼴(29.3%)로 매우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전체 환자 중 65세 이상 환자는 82만6146명으로 약 67%를 차지했고 여성이 48만7227명으로 남성(33만8919명)보다 조금 많았다.
백내장 수술은 연간 65만건이 넘을 정도로 수술로 비교적 완벽한 치료가 가능한 질환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정책연구원이 발표한 2019년 주요 수술통계 데이터에 따르면 ‘노인백내장’ 수술 건수는 54만8064건, 40대 이하에서 발생하는 초로백내장, 연소백내장 등 기타 백내장 수술은 10만4717건이다. 2019년 전체 수술 건수 199만6261건 중 약 33%에 달한다.
국내에서는 많은 환자가 백내장을 조기에 진단하고 치료를 받기 때문에 실명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다만 심각한 전신질환으로 건강이 좋지 않거나 의료 사각지대에 놓여 적절한 치료시기를 놓치는 환자가 있고 이들의 경우 수술난도가 높아 드물게 실명을 겪는 환자가 여전히 존재한다.
백내장은 노안과 다르다. 백내장은 질환으로, 근거리 잘 보이지 않는 노안(조절력 저하)은 나이가 들면서 발생하는 정상적인 생리현상이다. 노안 증상을 개선하면 백내장 수술을 결정하는 것은 안과의사나 환자 모두 매우 신중하고 신중해야 한다.
백내장, 수술이 근본적인 치료
백내장을 궁극적으로 치료하는 방법은 수술뿐이다. 진행을 늦추는 경구약과 점안약이 있지만 효과는 크지 않다. 백내장 수술은 혼탁한 수정체를 제거하고 남은 수정체낭에 인공수정체를 삽입하는 과정까지를 가리킨다. 최근 인공수정체와 관련된 광학기술의 눈부신 발전으로 수술 시 근시와 원시교정은 물론 난시를 교정하거나 다양한 정도의 노안을 효과적으로 교정하는 수술이 가능해졌다. 실제 안과 영역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발전하는 것이 인공수정체 분야다.
백내장은 반드시 생활에 불편을 초래하는 유의한 시력 저하가 있을 때 주치의와 깊이 있는 상담 후 수술을 결정해야 한다. 완전한 노안, 즉 조절력을 잃어버리는 나이는 60세 전후이므로 그 이전에 심하지 않은 백내장을 시력개선 또는 노안증상 개선 목적으로 수술할 경우 실패할 수도 있다. 또한 백내장 수술은 숙련된 안과의사에게는 비교적 짧은 시간이 걸리는 수술이지만 매우 정밀한 기술 기술이 필요한 만큼 결코 쉽게 생각하지 말아야 한다.
더불어 외상성 백내장이나 포도막염에 유발된 백내장, 기타 전신질환 등에서 발생한 백내장은 수술 후 합병증 빈도가 비교적 높아 수술 후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한 만큼 일반적인 노인성 백내장 수술보다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3대 실명 질환인 녹내장
녹내장이라는 한자어를 살펴보면 ‘눈이 녹색으로 변해 시력이 떨어진다’는 뜻이다. 녹내장의 어원과 관련하여 급성 녹내장은 안압이 상승하고 눈동자 색깔이 파란색으로 변하는 경우가 있어 유래되었다는 설이 있다. 사실 녹내장, 즉 ‘글로코마(glaucoma)’는 연한 청록색을 뜻하는 고대 그리스어 ‘그라우코스(glaukos)’에서 유래했다. 하지만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는 눈동자 색이 파랗게 변하는 녹내장은 거의 없다.
녹내장은 주로 안압상승에 의해 시신경이 서서히, 만성적으로 손상돼 시야가 좁아지고 궁극적으로는 실명에 이르는 무서운 질환이다. 초기에는 별다른 증상이 없기 때문에 안구 표면만 관찰하는 간단한 안과 진료만으로는 녹내장을 진단할 수 없다.
한번 손상된 시신경은 재생할 수 없다. 따라서 녹내장은 특히 조기 발견과 예방이 중요한 질환이다. 일반적으로 안압은 21mmHg 이하를 정상 수치로 보는데, 그 이상이 되면 높아진 안압에 의해 시신경과 망막신경절세포가 손상돼 녹내장으로 진행된다. 하지만 시신경 구조가 약하거나 혈액순환 장애가 있으면 안압이 높지 않아도 녹내장이 발생할 수 있다. 실제 한국과 일본에서는 이런 병인인 ‘정상 안압 녹내장’이 전체 녹내장 환자 중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다.
녹내장 환자는 주변 시야에서 손상되고 점점 시야 손상이 중심부로 확대된다. 따라서 초기에는 증상이 없고 병이 상당 정도 진행된 뒤 자각 증상을 호소한다. 하지만 이 경우 치료 효과가 높지 않고 치료를 하더라도 실명에 이를 수 있으므로 특히 조기 발견과 치료가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
녹내장, 조기발견·치료로 실명 예방해야!
녹내장은 발병하면 무조건 실명한다고 오해하는 경우가 많은데 조기에 발견해 적절히 치료하면 거의 실명하지 않는다. 녹내장 치료는 안압을 정상 범위로 낮추고 시신경을 보호하는 약물 점안 치료가 주를 이룬다. 급성 녹내장의 경우 즉시 안압을 낮추는 안약을 점안하고 안압강하제를 복용하는 등 신속한 처치를 해야 해 레이저 치료가 필요한 경우가 많다. 국내에 많은 정상 안압 녹내장도 안압을 떨어뜨리는 점안제를 꾸준히 사용하는 치료가 주를 이룬다.
시신경을 보호하기 위해 점안하는 녹내장 약제는 종류가 매우 다양해 평생 점안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 환자는 약재로 인한 다양한 부작용을 겪게 된다. 올바른 약제를 선택해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숙련된 녹내장 전문의와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꾸준히 치료하는 과정이 중요하다.
점안약제로 녹내장 진행을 늦출 수 없거나 약제 부작용이 심한 경우 수술을 한다. 섬유주절제술이나 녹내장 밸브 삽입술은 안압 하강 효과가 입증돼 오늘날에도 널리 시행되고 있는 교과서적인 수술법이지만 수술 후 합병증이 생길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 최근에는 미세침습 녹내장 수술이 활발하게 이뤄져 점안약제 사용을 최소화하면서도 효과적인 안압 관리가 가능해졌다.
(출처 : 한국건강관리협회 건강뉴스 6월호 울산대학교 안과 교수 이창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