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력으로 인정받는다! 코미디 출신의 가수들

많은 코미디언들이 노래로 웃음을 선물한다. 다재다능한 재능을 겸비한 개그맨들이어서 웃음을 선사하는 코너이면서도 제법 만족스러운 노래 실력을 접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그렇다면 개그맨과 가수의 상관관계는 어떨까.

먼 과거에도 개그맨들이 노래를 부르고 앨범을 내는 경우는 많았다. 아직 우리집 앨범 라이브러리의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심형래의 캐롤 명반, 스리와 부부의 ‘음메기살어, 음메기살어’, 박미선, 이성미가 함께한 쌍방울 자매의 트로트 앨범, 매년 발표된 갈가리 패밀리 앨범 등 거의 매년 개그맨들의 이벤트성 앨범이 발매됐지만 이들의 경쟁력은 웃음이었다.

하지만 2000년대 이후 트렌드가 바뀌었다. 개그맨들이 웃음을 버리고 실력으로 인정받으라고 날기 시작한 것이다.

선구자격 개그맨 출신 뮤지션을 꼽으면 이휘재, 박명수, 카르투, 틴파이브가 해당된다. 이휘재의 경우처럼 일찌감치 가수의 길을 포기한 경우도 있지만 나머지 세 팀의 경우는 일반 가수처럼 꾸준히 정규 앨범을 발표하며 이른바 ‘거그맨’, ‘갸거 가수’로서의 입지를 굳힌 바 있다.

해외의 경우도 다재다능한 개그맨들의 가수 겸업은 종종 있었다.

국내에서도 알려진 해외 ‘갸가수’ 중 가장 눈에 띄는 성적을 올린 가수로는 에디 머피(Eddie Murphy)가 꼽힌다. 영화 ‘드림걸스’에서 소울 가수 역으로 출연하기도 했던 에디 머피는 코미디 부문이지만 그래미상까지 받은 ‘게가수’다. 1985년 발표한 ‘Party All The Time’이 빌보드 싱글 차트 2위까지 오르는 빅히트를 기록했으니 가수로서도 에디 머피의 입장은 무시할 수 없다. 저희 집에도 12″LP로 들어있는 앨범… 당시 국내에서도 반응이 있었던 것 같다.

‘코스비 가족’으로 국내에서도 잘 알려진 흑인 코미디계의 대부 빌 코스비(Bill Cosby)도 뮤지션으로서 돋보이는 성적표를 보유하고 있다. 코미디 부문을 포함해 총 9개의 그래미상을 수상한 빌 코스비… 수상 분야가 조금 다르다고는 하지만 그래미상 9개의 성적은 레전드급 뮤지션만이 가능한 일이다. 게다가 2008년에는 70세의 나이를 극복하고 힙합까지 포함된 앨범을 발표했기 때문에 그의 음악을 향한 열정을 코미디라는 이름으로 비하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196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꾸준히 다양한 장르의 앨범을 발표하며 이뤄낸 성공은 후배 ‘갸가수’들이 극복하기 어려운 최고의 성적으로 보인다.

영화배우로 더 인기 있는 코믹 배우 잭 블랙(Jack Black)의 뮤지션 활동은 너무나 잘 알려져 있다. 스쿨 오브 락에서 뮤지션 역으로 록을 향한 그의 열정을 잘 보여준 그.그 이전에 이미 ‘갸가수’로서의 능력을 충분히 보여줬기에 테네이셔스 디(Tenacious D)라는 뮤지션 듀오로 분해 동명의 영화로 지구상 최고의 밴드가 되기 위해 악마의 이빨을 훔치고 정점을 찍는 역할을 훌륭하게 소화했고 테네이셔스 디의 이름으로 발표된 앨범도 빌보드 앨범 차트 33위에 랭크되는 성공을 거뒀다. 올 뮤직 가이드에서 이들의 연주로 채워진 앨범이 받은 평점이 별 4개 반이니 기상천외한 뮤직비디오와 함께 이들의 음악을 들어보는 것은 열혈 뮤직 마니아라고 해도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해외는 그렇더라도… 국내로 돌아가보자.

국내에서 노래로 주목받은 개그맨으로는 신보라가 빼놓을 수 없다. ‘남자의 자격’ 합창단을 통해 그리고 ‘개그콘서트’를 통해 예쁜 노래 실력을 선보인 신보라는 흥행작 ‘조선명탐정’의 엔딩곡인 ‘내 마음을 보내줘’를 불러 화제가 됐고, 예쁜 외모, 고학력, 노래 실력까지 어필하며 스타덤에 올랐다.

개그 코너가 그대로 부르는 그룹으로 이어진 나몰라 패밀리도 대표적인 ‘개 가수’다. 개그를 시작할 당시 웃음에 중점을 두었던 이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래퍼로서의 자격을 갖췄고 이후 여성 보컬리스트들의 피처링을 잘 활용하면서 대중적으로 성공한 싱글을 꾸준히 만들어냈다. 활동을 거듭하며 김재우의 원맨팀으로 활동을 이어가며 수준 높은 랩을 구사하고 있다는 데 공감하지 않을 수 없다.

UV라는 힙합팀으로 활동하는 유세윤의 경우도 개그필이 가미되긴 했지만 뮤지션으로서 큰 성공을 거두고 있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개그맨으로서의 자신의 장점을 극대화하면서 음악적으로도 무난한 히트싱글을 만들어낸 점은 인정받아 마땅하다.

윤형빈 역시 왕비호로 활동할 당시 앨범을 내고 가수로 인정받기를 원했던 바 있다. 절대 웃기려고 내놓은 앨범은 아니다라며 음악적으로 인정받고 싶어했던 윤형빈.

그의 밴드는 퍼니 지니 미니 등 음악 개그로 활동한 프로급 뮤지션 개그맨 김영민이 음악적인 부분을 지탱하면서 최고는 아니지만 부끄럽지 않은 콘텐츠를 만들어낼 수 있었다. 물론 윤형빈도 10년간 작곡을 공부한 준비된 뮤지션.

역시 개그콘서트에 출연해 노래 실력으로 주목받았던 이동윤도 당시 뮤지컬팀과 함께 앨범을 낸 적이 있지만 앨범보다는 양악수술로 알려지면서 잊혀진 것 같아 아쉬움을 남겼다.

지난 방송에서 박지성이 나탈리 임브루리아의 ‘Torn’을 멋지게 불렀던 기억이 남아 있다. 홍대 앞 음악카페에서는 강유미와 블랑카 정철규가 멋진 팝송을 신청하는 모습을 종종 목격했다. 개그맨들은 정말 음악을 좋아하는구나.

2011/03 내냉 뮤직

“History of POP” 음악평론가 내냉의 대중음악 이야기 “One More Song, One More Place.” # 팝스토리 # 음악평론 # 대중음악사 # Music # 내냉www.youtub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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