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열세 살 때 강제로 통과된 교내 사생 대회에서 우수상을 탔어요. 이때 선생님께서 미술에 재능이 있다고 말씀해주신 덕분에 저는 미대 순수 아트전공을 졸업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한국에서 순수 학문으로 취업하거나 밥 벌면서 사는 게 힘들잖아요. 그래서 저도 졸업작품을 준비하면서 웹툰작가가 되는 방법을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시각디자인을 전공한 것이 아니라 회사에 가기에는 좋지 않지만, 제가 좋아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으로 돈을 벌고 싶었습니다.

누가 보면 막연하게 돈 때문에 제 진로를 선택한 것처럼 보이지만 나름대로 플랜A, B, C 이런 걸 짜면서 내린 결론이었어요 제 예술성을 살리면서 생활비도 벌고 창작자로서의 경력도 쌓고 싶었죠.
처음엔 지식이 없어 학과 커뮤니티를 보고 웹툰 창작공모전에 도전했습니다. 저처럼 아트를 배운 사람들이 웹툰 계열로 데뷔할 때 이 과정을 거친다는 정보를 얻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저의 첫 번째 도전은 처음부터 난관이었습니다.

왜냐하면, 제가 현장에서 사용하는 포토샵, 일러스트레이터, 클립스튜디오를 사용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다른 동기들은 일찌감치 현실을 깨닫고 이미지 프로그램 쓰는 것을 배워 산업디자인이나 광고아트로 전과했지만 저만은 수묵화와 서양화에 빠져 있어 실제 붓 쓰는 것만 배웠어요.
그래서 그때 처음으로 아날로그 감성으로 가득 찬 아티스트를 꿈에 선택한 제가 원망스러웠어요. 「디지털 시대에 맞는 툴의 취급법을 배우는 것을 왜 보류했는가」라고 자책도 했습니다. 결국 제 생애 처음으로 출전한 웹툰 신인 선발대회는 접수만 했지 출품을 하지 못했어요.

결국 다른 동기들이 해외 대학원 유학, 자동차그룹 디자인팀 입사 등 제 진로를 결정하는 동안 저는 졸업작품만 만들었어요.

제가 그린 학과 생활의 마지막 그림을 교수님께 보여드리고 교육기관에 찾아가 상담을 받기로 했습니다. 해당 진로에 진출하기 위한 두 번째 도전이지만 이번만큼은 예전처럼 시작하기 전에 포기하고 싶지 않았어요.
학원에 가서 상담 담당자와 이야기할 때 긴장했어요. 4년제 예술전공을 배우는 동안 뭐 했어요? 등 압박면접 같은 거 받지 않을까 걱정했어요.
하지만 내 예상과는 달리 괜찮아요.여기 오는 사람들이 모두 도구를 잘 다루는 건 아니에요. 학사학위 소지자도 학교에서 배운 지식이 현장에서 쓰이지 않는 경우가 많아 다시 배운다고 친절하게 설명해 줘서 제 수준에 맞는 반을 받을 수 있었다.

기대했던 수업 첫날 교수님께서 해주셨던 말씀이 지금도 기억납니다. 웹툰이 되는 방법은 간단합니다. 누군가는 타고난 재능이 필요하다고 하지만 결국 그걸 이기려면 피나는 연습과 창작에 대한 욕구, 콘텐츠를 꾸준히 공부하는 게 중요하죠. 이거였는데요!

왜냐하면 우리반에는 국문과,영문과,산업디자인계뿐만아니라 디자인계로 일하면서 웹툰창작자가 되기위해 이직하러 온 사람들이 많았기때문입니다. 그림만 그리던 제가 스토리텔링을 해본 사람들, 현직에 있던 동기들을 따라잡을 수 있을지 걱정되기도 했습니다.
그러던 중 선생님께서 OT때 하신 말씀은 제가 수강과정 전체를 따라잡을 수 있도록 도와주었습니다.

둘째 날에 photoshop, indesig n 등 어도비 앱의 특성을 배운 후 태블릿을 이용하여 그림 그리는 법을 배웠습니다. 저는 이게 제일 신기했어요 패드에 터치펜을 두고 선을 그었을 뿐인데, 제가 움직이는 대로 다크서클이 그려지더라구요!
그런데 그 기쁨은 잠시였습니다. 집에서 연습하기 위해 비싼 돈을 주고 와콤 장비를 샀는데 하필이면 제가 갖고 있던 노트북이 넷북 수준의 사양이라 해당 프로그램이 돌아가지 않았어요. 집에서는 연습을 할 수 없다니…

유명 작가들이 쓴다는 아이맥이나 게이밍 PC를 살 돈이 없었던 저는 아카데미 장비를 사용하기로 결심했습니다. 다행히도 교육기관의 시설은 수업이 끝나고 자습시에 충분히 연습할 수 있을 정도로 고양되어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클래스 강의가 끝난 후 집으로 돌아가기 4시간 전까지 드로잉 연습을 했습니다. 하루는 보노보노를 그려보고, 다른 날은 좀 어렵다고 소문난 여자 사진을 스케치했어요.
물론 연습하면서 포토샵으로 기초채색이나 그림자삽입도 배우고 클립스튜디오 사용법도 배우는데 주력했고 교수님이 말씀하신 웹툰작가가 되는 법을 익히고자 노력했습니다!

다행히 제 전공이 서양 바로크 그림이었기 때문에 그림 그리기는 어렵지 않았습니다. 기초과정 마지막 날에 크로키 뼈대 만들기와 인체 도형화도 잘했다고 담임선생님께 칭찬을 들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계속되는 스토리텔링 과정은 저에게 힘들었습니다. 1:1 멘토링 선생님 전임강사가 “그림은 잘 그렸다. 근데 극의 전개 가능성이 안 맞아서 인물에게 감정이 느껴지지 않아 “다른 작품 보고 있어?”라고 해 주셨어요
나는 그 점에 깊이 고개를 숙이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아카데미에 와서도 예술에 푹 빠졌죠. 저는솔직히멘토에게이사실을알리고웹툰스토리과정을들을때,마음에드는작품하나를끝까지살펴보고분석하기로했습니다.
이때 제 눈에 들어온 건 여신 강림이었어요 여자인 저도 반한 예쁜 외모의 여주인공에게 반해 하루에 10화 이상을 그대로 보게 한 웹툰이었습니다.

첫 번째 읽기를 마친 뒤 저는 선생님이 가르쳐준 대로 극의 전개구도, 등장인물 간의 관계, 상황별 연출 등을 분석해 제 시나리오에 넣기 시작했습니다.
단편스토리를 처음 기획했을 때 위 방법이 어색해 기획 콘티가 모호했지만 수정 6단계에 들어서면서 멘토 선생님도 이제야 뭔가 짜기 시작했구나. 단편은 이 정도면 잘했어”라고 칭찬할 정도로 실력이 늘었습니다.

그리고 넷플릭스나 와챠를 이용하여 색감연출을 잘하는 드라마를 집중적으로 연구하였습니다. 국문과 동기의 도움으로 매끄러운 글, 감정이 폭발할 때 나오는 표현법 등을 배우며 첫 작품을 만들었죠.
아카데미에서 친한 동기들, 저의 사소한 고민에도 귀 기울여 주신 선생님들 덕분에 디지털 기기 툴을 배우는 방법과 함께, 제 기획물이 대중들에게 어떻게 보이는지 냉정하게 피드백도 받고, 레벨1에서 레벨90으로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반 종강 1달 전, 저는 포트폴리오 준비 예습에 집중했습니다. 그런데 담임선생님이 공모전에 나가보라고 했어요. 학원에서 배운 것 못지않게 작품 출품도 중요하다고 하더군요. 이번에는 반드시 입상한다는 각오로 한달반수업+창작에 집중했습니다.
전 과정이 끝날 무렵 신인작가 선발전에서 2등을 수상했어요! 뿐만 아니라 웹툰 플랫폼에서 작가로 데뷔하자는 계약서도 보내주고 졸업과 동시에 취업까지 하게 됐어요. 이 정도면 간단하게 현직자가 되었습니다!
막연하게 인터넷에 떠도는 웹툰작가가 되는 방법만 보고 그림만 그렸다면 저는 아마 현직에 있을 수 없었을 겁니다. 체계적으로 TOOL과 극 연출법까지 배웠기에 단편작가가 될 수 있었으니까요.
비록 지금은 장편을 그리기에는 실력이 부족하지만 언젠가는 미생이나 가우스전자같은 긴 작품을 만들어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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