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청률 0%대 찍은 오 주인님 위기에 빠진 MBC 드라마 기사 입력 2021.05.03 오전 7:01
“작품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MBC 드라마국의 구조적 문제” 핵심 연출가 유출에 드라마 틀 붕괴 … 내부 역량 강화 모색

드라마 ‘오! 주인님’ [MBC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서울=연합뉴스) 김종진 기자 박소영 인턴기자 = 올해 MBC 미니시리즈 드라마의 첫 포문을 연 수목드라마 ‘오 주인님’이 0.9%까지 시청률이 하락하면서 MBC 드라마국의 구조적 문제가 수면 위로 드러났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장르극이 드라마 시장의 대세를 차지한 최근 로맨틱 코미디(로코)가 큰 인기를 끌기 어렵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지상파 드라마에서 0%대의 시청률이 나왔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전문가들은 저조한 성적이 오 주인님이라는 작품 자체의 문제라기보다는 드라마 시장에서 MBC의 위상이 과거와 다르기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지난해 12월 MBC TV가 공개한 2021년 드라마 라인업에 따르면 오 주인님을 포함해 4편의 미니시리즈와 연속극 밥이 되어라까지 총 5편의 드라마가 올해 시청자와 만난다.
라인업 공개 당시 MBC 측은 드라마 편수를 대폭 줄인 것에 대해 선택과 집중을 통해 작품성을 극대화한 명품 드라마를 선보이겠다고 설명했지만 사실상 지금까지의 성적표를 보면 합격점이라고 보기 어렵다.
올해 1월부터 시작된 일일드라마 밥이 되어라는 56%대 시청률을 유지하지 못했고 오 주인님은 2%대 시청률로 시작해 방영 5회 만에 1%대로 떨어지며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MBC 수목드라마 ‘오오오~’ ‘주인님’ [MBC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이민기와 나나 주연의 오! 주인님은 연애를 안 하는 자아도취형 드라마 작가와 대한민국 최고의 로꼬퀸 배우의 말싸움 로맨스를 그린 작품이다.
16부작으로 편성된 이 작품은 지난주 12회까지 방영됐으며 종영까지 앞으로 2주일밖에 남지 않았지만 시청률뿐 아니라 화제성도 저조하다.
공희정 드라마평론가는 3일 작품에 구태의연한 부분이 있다며 로맨틱 코미디 작품은 톡톡 튀는 맛과 대사, 그리고 주인공의 예쁜 모습 등 장점이 살려야 하지만 그렇지 못한 것 같다고 평가했다.
대중문화평론가 전덕현 씨는 작품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MBC 드라마가 힘이 빠지면서 시청자들의 기대감이 전반적으로 떨어졌다며 최근 방영된 MBC 드라마 중 주목을 끈 것은 없다고 지적했다.
방송계에서는 이 같은 MBC 드라마국의 위기가 PD 등 연출가의 대거 이적에 따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윤정PD [연합뉴스 자료사진]
MBC를 떠난 대표적인 인물로는 드라마 커피프린스 1호점(2007)을 연출한 이윤정 PD, 안녕 프란체스카(2005), 검법남녀 시리즈의 노도철 PD, 에덴의 동쪽(2008), 남자가 사랑할 때(2013), 미싱나인(2017)의 최병길 PD, 가수 이적 동생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실제로 이 같은 문제는 MBC뿐 아니라 KBS, SBS 등 다른 지상파 방송사에서도 오랫동안 지적돼 왔다.
그러나 MBC는 드라마 분야를 외부 스튜디오 체제로 전환하기보다는 내부 역량을 키워 문제를 정면 돌파하겠다는 입장이어서 가시적인 결과를 얻기까지 오랜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박성재 MBC 사장은 올해 2월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많은 PD들이 유출된 것은 사실이지만 남아 있는 젊은 PD들과 함께 내부 스튜디오에서 재부팅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MBC TV 방영 예정작 검은 태양 [MBC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MBC는 선택과 집중을 천명한 만큼 당분간 대작을 조금씩 선보이며 자구책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대표적인 작품으로는 올 하반기 방영 예정인 배우 남궁민을 주연으로 한 ᅲ믜 の 규모의 블록버스터 스파이 액션 드라마 검은 태양이 있다.
전덕형 평론가는 선택과 집중의 결과가 바로 나오는 게 아니라 내년이나 그 이후에나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공희정 평론가는 드라마는 많은 투자가 필요하기 때문에 성공하지 못할 때 오는 손해가 커 고민이 깊어지는 것 같다며 드라마 편수가 적은 게 아쉽지만 어떤 색깔을 보이면서 어떤 길을 갈지 분명히 정해야 한다고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