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승연 유괴사건의 진실…’리플리 증후군’ 거짓말로 일군 삶을 지키기 위해 살인

‘고콤’ 유괴살인범 홍승연. 유치원생 유괴사건 진실추적 리플리 증후군 홍승연, 남자친구 환심 위해 유치원생 유괴 살해

명문대 출신 기자 홍승영이 만든 모래성은 왜 부서졌을까.

지난 27일 방송된 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이하 ‘코뮌’)에서는 ‘한 번만 더: 유괴범의 모래성’이라는 부제로 안타까운 유괴사건의 그날을 떠올렸다.

1990년 6월 25일 서울시 송파구 올림픽 선수촌 아파트에 살던 6살 민지는 아버지가 해외 출장을 다녀올 때 사오신 노란 우산을 쓰고 유치원에 갔다. 그런데 하원 시간 민지는 보이지 않고 민지의 어머니는 민지가 엄마의 전화를 받고 먼저 하원했다는 충격적인 이야기를 듣는다.blog.naver.com/kimri333/222912003599SBS 줄줄이 이어지는 그날 이야기(이하 코콤)가 모두를 충격에 빠뜨린 한 아동 유괴 m.blog.naver.com

누군가 어머니를 사칭해 민지를 유인해 사라진 것이다. 다음날 걸려온 전화는 민지를 찾고 싶으면 5천만원을 입금하라는 것이었다.이름은 이상민이라고 밝히며 계좌번호를 불렀는데 젊은 남자의 목소리로 전화가 걸려왔다.

그는 조흥은행 계좌번호를 불렀지만 당시에는 1990년 금융실명제가 실시되기 전이었기 때문에 계좌번호 하나로 범인을 추적하는 것이 불가능했다. 민지의 어머니는 우선 6월 27일 오전 500만원, 다음날 오전 2,500만원을 범인이 알린 조흥은행 계좌로 송금했다.

범인을 잡는 방법은 단 하나지만 범인이 돈을 가지러 은행에 왔을 때 검거하는 것이어서 서울시내 조흥은행 전 지점에 형사들이 배치됐다.

경찰은 돈을 가지러 온 범인을 잡기 위해 작전을 세웠다. 서울 조흥은행 전 지점에 배치된 형사들은 아이를 무사히 찾기 위해 납치범과 부딪혀도 당장 잡지 말라는 지시를 받고 범인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마감 직전 인근 백화점 ATM에서 돈을 인출하고 있다는 연락. 이에 형사는 미친 듯이 달려가 범인을 추격했다. 범인이 처음으로 30만원을 인출한 곳은 조흥은행이 아니라 국민은행 본점 ATM이었다. 이 두 시간 뒤 10분 동안 260만원이 인출됐는데 김 형사가 있던 을지로 지점이 아니라 그곳에서 300m 떨어진 롯데백화점 ATM이었다.

그런데 협박 전화를 한 남성이 아닌 한 젊은 여성이 눈에 띄어 의아함을 자아냈다. 그래도 형사는 여성을 미행해 검거에 성공했다.

홍승연은 형사의 주의를 다른 곳으로 끌고 지하철로 뛰어들었고, 김 형사는 가까스로 홍승연이 탄 열차를 탈 수 있었다.

숨 막히는 추격전 끝에 검거된 범인은 당시 23세의 홍 씨였다. 그러나 자신은 아무것도 모른다는 부탁을 받고 돈만 인출했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밤 9시 서울역에서 한 남자를 만나기로 했다고 밝혔고 형사들은 계속해서 여성을 추적하기로 했다. 그런데 약속 시간이 되어도 아무도 오지 않았고, 마침내 여성은 선로에 몸을 던졌다.

홍승연은 달리는 열차에 뛰어들어 뛰어내리려 했으나 다행히 기관사가 급정거해 경상만 입었다. 홍승연 가족이 와서 “유괴가 무슨 말이야? 내 딸이 누군지 알아? KBS 기자다. 형사들이 덮었다며 갑자기 화를 냈다.

간신히 목숨을 건진 여성은 23세 홍 씨. 범인이 분명하다고 판단될 당시 홍씨 가족은 홍씨가 명문대 출신 방송국 기자라고 주장해 경찰은 충격을 받았다.

그러나 조사가 시작되면서 엄청난 사실이 드러났다. 홍 씨가 유괴범이라는 것이었다. 형사는 홍승연의 소지품에서 민지 어머니에게 협박 전화를 한 범인의 대사 원고가 나왔고, 여성은 단순한 돈 운반상이 아니라 최고의 공범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홍승연은 경찰의 심문 끝에 유괴한 민지를 숙명여대의 한 건물 물탱크 뒤에 시신을 숨겼다고 자백했다.

이에 홍씨는 자신의 남자친구와 친구들이 서로 사랑할 것을 두려워해 두 사람에 대한 복수심리로 충격적인 일을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는 모두 거짓말이었다. 또 이뿐만이 아니었다. 홍 씨의 학력, 직업 모두 거짓말이었다. 그리고 유괴된 민지는 이미 유괴된 당일 살해된 것으로 밝혀져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모든 일은 4년 전부터 시작됐다. 홍승연은 부유한 가정에서 자랐지만 허영심이 강하고 윤리의식이 없어 대입 과정에서 번번이 떨어지자 위숙명 여대생인 척했다.

홍씨는 부모가 실망할까 봐 대학에 합격했다며 지난 4년간 대학생 행세를 한 것이다. 게다가 홍씨는 우연히 주운 학생증으로 대학생으로서 누리는 혜택까지 누리며 나날을 보냈다. 집에도 가짜 합격증과 등록금 고지서를 내고 4년 내내 도강으로 모든 수업을 들으며 MT 등의 행사에 빠짐없이 졸업식까지 참석했다.

특히 그는 남자친구에게까지 모든 것을 숨기고 심지어 부모님과 남자친구를 초대해 학사모를 쓰고 졸업 사진까지 함께 찍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때는 전산화되지 않은 기대여서 가짜 학생인 척 할 수 있었고, 가짜 졸업 후에도 KBS 기자로 취업했다고 거짓말을 해 허언증 증세를 보였다.

홍 씨의 거짓말은 계속됐다. 그는 부모님과 남자친구에게 기자가 됐다며 자신의 거짓말이 들통나지 않기 위해 돈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그 순간 돈을 구하기 위해 떠올린 방법이 바로 유괴였다.

민지를 유괴하기 전 초등학생 자녀를 유괴한 홍 씨. 그리고 그는 집에 숨겨뒀던 아이를 아버지에게 들키면서 더욱 치밀해졌다. 범행을 위한 통장과 현금카드도 만들고 적당한 범행 대상도 물색했다. 아파트 단지 내 유치원에서 민지의 노란 우산을 발견했다. 이름표가 붙은 우산을 본 홍 씨는 곧바로 민지를 타깃으로 정했다.

아이의 이름과 반까지 말하자 선생님은 그를 의심하지 않았고, 홍씨는 그렇게 유인한 민지를 회유해 집 연락처를 받았다. 그리고 울부짖는 민지를 질식사시켰다.

이후 홍 씨는 협박 전화를 위해 원고를 작성했다. 그는 손수건으로 입을 막고 목소리를 바꿔 돈을 요구했다. 아이가 죽은 뒤에도 무려 네 번이나 전화한 것이다.

홍승연은 리플리 증후군 증세를 보이며 남자친구의 환심을 사기 위해 범죄 행위를 벌였지만 경찰에 붙잡히자 공범이라고 거짓 자백을 했고 1991년 9월 13일 사형이 확정돼 시청자들에게 놀라움을 안겼다.

자신의 거짓말에서 비롯된 삶을 지키기 위해 한 아이의 목숨을 앗아간 홍씨는 사형당하고 세상을 떠났다.

거짓말로 그동안 쌓은 모래성을 무너뜨린 홍 씨. 이에 이야기의 친구들은 사람을 있는 그대로가 아닌 것 같다고 평가하는 현실에 안타까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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