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 RNA

DNA에서 RNA를 거쳐 단백질까지 RNA가 DNA와 힘을 합쳐 복잡한 유전정보를 처리하는 과정은 생명의 경이로움이다.DNA(Deoxyribonucleic acid)는 ‘디옥시리보스’라는 분자가 근간을 이루는 화합물이다. 한편 RNA(Ribonucleic acid)는 ‘리보스’라는 분자가 그 기초를 형성한다. ‘데옥시(Deoxy)’라는 말은 ‘산소가 없다(Nooxygen)’는 뜻이다.

RNA 화학구조(2’에 수산화기(-OH)가 붙어 있는 DNA 화학구조를 보면 중앙부분의 5개 탄소로 이루어진 오탄당(Pentose) 오른쪽 아래(2’탄소)에 산소원자(O)가 없는 수소원자(H)만 부착돼 있다. 한편 RNA의 오탄당 2′ 위치에는 산소까지 결합한 수산화기(-OH; Hydroxyl group)가 붙어 있다. DNA는 이처럼 오탄당의 특정 부위에 산소원자가 단 하나 빠져 있다는 의미에서 ‘데옥시’라고 불리는 것이다.

중심 구조가 ‘데옥시리보스’냐 ‘리보스’냐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성질인 것 같지만 사실은 매우 큰 차이를 갖고 있다. 리보스에 붙은 추가 수산화기(-OH)는 가수분해(Hydrolysis)를 촉진하는 역할을 한다. 가수분해는 물과 반응하여 큰 분자를 작은 분자나 이온으로 나누는 것을 말한다. 이는 리보스를 근간으로 하는 RNA가 DNA에 비해 세포 속 물과 만나 쉽게 분해되는 것을 의미한다.

▲RNA와 DNA 구조의 차이=이런 특성에 따라 DNA와 RNA는 각기 다른 임무를 수행한다. DNA는 영속, RNA는 해체가 그 본질적 속성이다. DNA의 역할은 자신에게 붙어 있는 핵염기(Nucleobases)를 보호하는 것이다. 이것이 DNA의 지상 목표다.

DNA의 이중구조는 이에 큰 도움이 된다. 두 가닥 안쪽에 귀중한 핵염기를 배치함으로써 주변 이물질로부터 핵염기를 보호하는 것이다. 게다가 이중사슬 나선(Helix) 구조는 염기를 빈틈없이 감싸는 데도 유용하다. 두 핵염기가 서로 정해진 쌍을 이루어 상보적(Complementary)으로 결합하고 있는 것에도 여러 이점이 있다. 설사 염기 하나가 훼손되더라도 다른 하나를 통해 복구할 수 있고 세포 분열 시 DNA 가닥이 하나씩 풀려 각각 새로운 복제품을 만들어내기에도 좋다. 이처럼 핵염기를 보호하는 데 최적화된 DNA는 다시 히스톤(Histone)이라는 단백질에 말려 압축돼 있기 때문에 개체가 살아 있는 기간 동안 유전정보를 철저히 지킨다.

DNA와 달리 RNA는 애초부터 한 가닥(Single strand)으로 구성돼 있다. 이는 RNA가 DNA와는 다른 임무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RNA 기능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큰 틀에서 DNA 유전정보를 세포기관에 ‘전달’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RNA는 이 임무를 마치고 소멸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유전정보가 불필요하게 과잉 유입될 수 있다. RNA는 임무 완수 후 해체됐다가 다시 정렬해 다른 임무를 수행하고 다시 사라지기를 반복한다. 기본적으로 RNA는 핵염기를 배달하는 일회용 그릇과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이다. RNA는 한 다발이기 때문에 DNA에 비해 분해되기 쉽고 공간도 적게 차지해 핵염기를 복제하거나 단백질을 합성할 때 적은 에너지를 소비한다. 리보스 구조의 상대적 장점은 여기서 발휘된다. 가수분해가 쉽다는 것은 유전정보를 가변적으로 신속하게 처리해야 하는 RNA의 특징과 안성맞춤인 것이다.

RNA의 핵염기 DNA는 핵염기 재료로 RNA와 조금 다른 분자를 사용하는데, 이 또한 ‘보호’ 측면에서는 강점이 있다. RNA는 아데닌(A), 구아닌(G), 시토신(C) 및 우라실(U)이라는 염기를 사용한다. 반면 DNA는 아데닌, 구아닌, 시토신까지는 동일하지만 우리실 대신 티민(T)을 핵염기로 사용한다. 이는 시트신(C)이 종종 우라실(U)로 바뀐다는 문제점을 해결한다. 시토신에서는 때때로 분자 중 아미노그룹(-NH2)이 떨어지는 탈아미노화(Deamination) 현상이 일어난다. 이렇게 되면 시트신은 우라실로 변한다. DNA에는 원래 우라실이 없기 때문에 핵염기 안에 우라실이 등장하면 인체가 뭔가 잘못된 것을 감지하고 바로 상보염기를 확인해 치유할 수 있다. 반면 RNA에서는 우라실이 있어도 원래 있던 핵염기인지 오류인지 확인하기 어렵다. 따라서 우라실을 사용하지 않는 DNA가 정보를 보호한다는 측면에서는 RNA보다 우수해질 수 있게 된다.

RNA의 대표적인 종류, 이런 여러 성질 때문에 DNA는 유전자를 보호하고 RNA는 세포 내에서 유전정보와 아미노산을 전달해 해독하는 방식으로 서로 분업한다. RNA에는 대표적으로 3종류가 있다. mRNA(전령RNA, messengerRNA), tRNA(운반RNA transferRNA), rRNA(리보솜RNA ribosomalRNA)가 그것이다.

mRNA 전사(Transcription) mRNA는 DNA 유전정보를 수집해 세포 내에서 단백질을 합성하는 리보솜(Ribosome)이라는 세포소기관에게 전달하는 일을 한다. mRNA는 DNA 염기서열에 상보적 염기가 맞춰져 뉴클레오티드(Nucleotides) 분자사슬이 연결됨으로써 형성된다. 이러한 중합반응(Polymerization)을 “전사”(Transcription)라고 한다. 이때 RNA 중합효소(RNA polymerase)는 DNA에서 전사를 시작하는 위치를 감지해 DNA 이중사슬을 푼다. 이후 DNA의 한쪽 사슬을 거푸집(Template)으로 활용해 mRNA를 생성한 뒤 종료 위치에 이르면 다시 DNA를 이중 나선으로 감는다. 이렇게 만들어진 mRNA는 자신의 염기서열을 세포에서 단백질을 만들어내는 리보솜으로 가져간다. 이후 리보솜이 유전정보에 의한 정교한 단백질을 만들어낼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한다. mRNA의 전형적인 길이는 2,000여 개의 염기서열 정도이며 인간에게는 12,000개의 각기 다른 단백질 형성 정보 형태가 있다. 세포 하나에 분포하는 mRNA는 36만개 정도로 이는 세포 내 전체 RNA의 5% 정도에 달하는 양이다.

tRNA의 코돈과 상응하는 아미노산의 예 tRNA는 리보솜이 단백질을 만들 때 필요한 아미노산을 공급하는 기능을 한다. mRNA에는 자신이 필요로 하는 아미노산을 지정하는 3개 염기로 구성된 ‘코돈'(Codon)이라는 서열이 있다. tRNA에는 코돈과 상보적 결합을 이루는 ‘안티코돈'(Anticodon)이라는 부위가 위치한다. tRNA는 안티코돈을 통해 mRNA가 필요로 하는 아미노산을 감지한 뒤 20여 종의 아미노산 중 필요로 하는 것을 부착해 운반한다. tRNA는 80개 내외의 염기서열로 구성돼 mRNA에 비해 짧은 길이를 갖고 있다.

리보솜에서 일어나는 단백질 합성 rRNA는 리보솜에 있는 RNA로서 mRNA와 tRNA가 제공하는 유전정보와 아미노산을 받아 단백질을 만드는 역할을 한다. 세포 내에 있는 RNA 중 80%에 달할 정도로 그 양이 많다. 리보솜 내에서 차지하는 양도 60%에 달하며 리보솜의 구조 자체도 rRNA의 형태에 따라 결정될 정도로 리보솜의 기능에 핵심적인 부분이다.

결국 우리 몸을 구성하는 단백질을 만들기 위해서는 RNA는 반드시 필요하다. 제작돼야 하는 단백질 정보를 담고 있는 DNA에서 mRNA가 전사되고 tRNA는 여기에 필요한 아미노산을 모은다. mRNA는 유전 정보를 싣고 리보솜으로 이동하며 tRNA는 필요한 아미노산을 가지고 따라온다. 리보솜 속 rRNA는 mRNA가 가진 정보를 해독해 아미노산을 연결해 나간다. 이 과정은 mRNA 염기서열이 끝날 때까지 이어져 아미노산이 길게 연결된 단백질이 형성된다. 세포 안에는 1천만개에 달하는 수많은 리보솜이 있고, 하나의 mRNA가 여러 개의 리보솜을 통과해 동시에 단백질을 만드는 것도 가능하다.

RNA에는 mRNA, tRNA, rRNA 외에도 여러 종류가 있다. 마이크로RNA(miRNA;microRNA), 소형핵RNA(snRNA;smallnuclearRNA), 소형RNA(snoRNA;smallnucleolarRNA), 안티센스RNA(aRNA;antisenseRNA), 소형방해RNA(siRNA;smallinterferingRNA), 파이RNA(piwi-interactingRNA) 등 상황에 따라 부르는 이름이 복잡하고 다양하다. 이 RNA는 DNA 및 다른 RNA 사이를 부지런히 오가며 유전정보를 발현하고 옮기고 통제하는 데 정교하게 관여한다.

mRNA 코로나바이러스 백신인 간이 방대한 RNA의 비밀을 조금씩 알게 되면서 RNA 신약 개발 분야가 새롭게 열리고 있다. 인간의 질병 중 여러 가지는 바이러스와 같은 외부 요인에 의해 유전자가 변형되기 때문에 발생한다. 이때 유전자를 직접 만지는 것은 위험천만하지만 RNA를 통해 간접적으로 체내에 긍정적인 작용을 일으킬 수는 있다. RNA는 뉴클레오티드가 연결된 모습의 ‘상대적으로’ 단순한 저분자 물질이기 때문에 세포질을 뚫고 세포 안으로 들어가기 쉽다. 최근에는 실험실에서 RNA를 합성할 수 있게 됐고 개인의 형질에 따라 병원균 특성에 따라 적절한 염기서열의 RNA를 빠르게 생성할 수 있게 됐다.

RNA 신약은 2004년 처음 상용화되기 시작해 2020년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그 진가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과학자들은 문제가 되는 코로나바이러스 염기서열을 신속히 파악해 체내에서 그에 맞는 항체가 어떻게 형성돼야 하는지 알아냈다. 이후 체내 B세포에서 항체를 만들 수 있도록 지시문을 담은 mRNA 백신을 만들었다. mRNA 백신을 투여받은 사람들은 스스로 코로나바이러스와 싸울 수 있는 항체를 만들어냈고, 이 처음 보는 전염병에 효과적으로 적응할 수 있었다.

신약 개발과 별도로 유전자를 편집하는 데도 RNA는 유용하다. 2012년 발표된 크리스퍼카스9(CRISPER-Cas9) 유전자가위는 세균에서 유전자를 조절(regulate)하는 마이크로RNA(miRNA)의 기작을 이용해 유전자가 원하는 부위를 찾아내 자르는 간단한 방법을 개발한 혁신이었다.

이미 여러 차례 획기적인 발명으로 그 효과성이 여실히 입증됐기 때문에 RNA를 활용한 의약 분야의 발전은 앞으로 더욱 눈부시게 이어질 것이다. 그 과정에서 어느 나라와 기업과 집단이 미래로 갈 기회를 잡게 될지 관심을 갖고 지켜봐야 한다.미국에서 펼쳐진 또 하나의 탐험 이야기입니다.네이버 도서 상세정보 제공합니다.search.shopping.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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