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기가 필요하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어렵다. 뿔이 걸려 있기 때문이다. 성적이 나쁘면 자리를 비워줘야 하기 때문에 이건 아닌데 하면서도 내가 이런 걸 누가 알아줄지 이제 모른다고 해서 누구나 내 모처에서 챙겨주게 된다.각 구단 책임자가 결단을 내리지 않으면 이 황당한 FA 시장의 거품은 사라지지 않는다. 아무리 화폐가치가 떨어졌다고 해도 아파트값이 아무리 비정상적으로 올랐다고 해도 그것은 비정상적인 결과에 불과하다. 여기에 프로야구 FA 가격까지 더해져 어쩌자는 것인가.
나는 삼성의 20년간의 불비판적 고통을 누구보다 심각하게 경험했다.’삼성 라이온즈’로 대표되는 대구야구의 자존심이 가을이면 호남인들에게 처참하게 무너지는 수모를 겪는 것은 견디기 힘든 일이었다. 그런 시간이 무려 20년… 그 사이 ‘제일주의’를 표방하는 삼성그룹이 라이온즈를 우승시키기 위해 해온 일을 분명히 기억한다.프로는 돈이라고 생각하고 각 팀에서 활약하는 선수들은 어떻게든 사 모았다. FA 제도가 시작되기 전에 이미 삼성은 엄청난 돈을 들여 그런 호화 멤버를 만들었다. 그런데 이상한 게, 어디에 삼성이 선수가 없어서 우승하지 못했는가. 프로야구 출범 초기부터 덕아웃에서 박수를 보내는 선수만 모아도 대부분의 팀 주전을 능가하는 팀 하나는 여유로운 스타 군단이 바로 삼성 라이온즈였다.결국 삼성의 그런 선수 쇼핑은 ‘동성’이라는 조롱을 받았을 뿐 숙원인 우승을 만들지는 못했다.
삼성이 20년간 굴욕을 치른 것은 이승엽 양준혁이라는 성골 스타에다 여러 이유로 소속팀을 떠나게 됐지만 야구를 하고 싶었던 진갑용 마해영 등 선수들을 트레이드해왔기 때문이다.박한이 같은 좋은 신인, 대구야구의 자존심을 되찾겠다고 투지를 불태운 이승엽과 양준혁, 그리고 야구를 하고 싶은 트레이드 스타들의 조합, 그리고 우승 KNOW-HOW를 가진 리더 김은영, 이런 것들이 절묘하게 어우러지며 길고 길었던 삼성 라이온즈의 굴욕은 끝난 것이다.이후 류준일 시대의 ‘정오통4’는 선동렬이 4년에 걸쳐, 길게 봐서는 6년에 걸쳐 완성시킨, 한국 야구 사상 최초라고 할 수 있는 리빌의 결과였다. 선동렬 집권기에 외부 FA 수혈이라면 선동렬 취임 선물로 준비한 망한 현대 유니콘 트리오뿐이었고, 거기에 분노한 김재박의 조롱 한마디에 두터운 성동열이 철저히 FA 시장과 담을 쌓고 내부 육성만으로 리빌딩에 성공했다. 선물로 받은 최초의 60억 스타 심정수는 1년 정도 반짝거렸을 뿐 그 뒤로는 다쳤지만 그것은 그저 존재일 뿐이다. 결국 삼성 왕조는 FA 영입으로 완성된 것이 아니라 내부 육성의 결과였다는 것이다.
지금 과열되는 FA 시장을 주도한 사람은 말도 많고 문제도 많았던 센테니얼 인베스트먼트 이장석이었다.그는 현대 유니콘을 계승하도록 하며 히어로즈를 창립했지만 자금난에 시달리다 겨우 살아나 2012년 자금 사정이 어려웠던 시기에 판 이택근을 데려오겠다는 명분을 내세워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50억을 안겼다. 그때 이택근이 LG로부터 제안받은 계약 규모는 20억원대였다고 하니 두 배가 넘는 것이었다.여기서부터 버블은 시작된 이후 모든 FA 선수의 연봉 기준은 이택근의 50억원이 됐고 연봉은 높은 줄 몰랐다.
그리고 올해 국내 경기 침체, 코로나 팬더믹으로 인한 2년간의 심각한 야구단 적자 사태에도 불구하고 최재훈에게 54억을 주면서 이상한 조짐을 보였더니 그야말로 도토리들에 불과한 선수들에게 60억, 100억 계약이 이뤄졌고 지금은 150억 계약까지 눈치만 보는 형국이다. 이건 누가 봐도 이상하다.일본 야구의 최고 스타 야마다 테츠토는 지난해 말 소속팀과 사실상의 FA 계약을 맺었다. 규모는 7년 40억엔, 한화에서는 약 416억원이다. 연봉으로 환산하면 대략 59억원. 박건우의 계약과 비교해 보면 대략 3배 많다.
야마다의 위용 한국 언론이 가장 신뢰하는 WAR 지표에서 야마다는 2015년 무려 12.9를 기록하며 역대 1위에 올랐다. 그 아래에는 일본 야구의 전설 나가시마 시게오, 왕정치, 이치로 등의 이름이 적혀 있다.그러나 이 비교는 넌센스라는 것을 누구나 알 수 있다.왜냐하면 야마다는 한국보다 수준이 높은 일본에서도 트리플 쓰리(타율 0.300 이상, 홈런 30개 이상, 도루 30개 이상)를 세 번이나 기록한 유일한 선수로 국제대회에서 일본팀의 결정적인 장면에 늘 등장해 한국 기러기의 원성을 사고 있는 선수, 즉 일본 야구를 대표하는 선수다. 게다가 수비 부담이 큰 내야수(2루수)로 나이도 박건우보다 두 살 어리다. 만약 소문대로 나성범이 150억원권으로 6년 계약한다면 이제 야마다의 절반까지 가까워지게 된다. 여러 차례 썼듯이 한국 야구시장의 규모는 자세히 보면 일본의 1/3이며, 실제 규모로 보면 1/4 정도에 불과하다. 선수들의 평균 기량도 이미 메이저리그 진출 선수들에 의해 증명됐고 최근 국제대회에서도 여실히 증명되고 있다. 그런데도 몸값만큼은 미친 듯이 오르고 있으니 이를 어떻게 정상으로 볼 수 있겠는가.
이런 혼란을 잠재우려면 이런 미친 FA 쟁탈전 불참을 선언할 용기 있는 구단이 나와야 한다.앞서 말했듯이 FA 보강은 허상에 불과하고 실제적인 팀 전력 업그레이드는 탄탄한 팜에서 키워낸 선수로 구성돼야 실리적이다. 특히 한국 선수들처럼 먹튀가 많은 실정에서 무조건 그 시장에 참전한다는 것은 속된 말로 어긋난다.이처럼 실력은 없어도 연봉은 높아지는 기현상이 나타나면 선수들의 도전정신도 점차 사라지게 될 것이다. 어느 정도 재벌로 살 수는 있지만 더 높은 곳에 도전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그것은 결국 지금처럼 리그의 하향 평준화를 심화시킬 뿐이다.결자 해직, 가난한 구단을 이끌던 히어로즈 이 씨가 시작한 거품을 제거하는 일은 리그를 선도하는 명문 구단의 리더가 하는 것이 적격일 것이다. 누군가가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