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년에 본 영화 중에 <조제>와 <나는 보리>라는 작품이 있어요. 표현의 섬세함에 감탄했고, 장애를 가진 사람의 이야기에 관심을 많이 기울이지 않는구나, 하는 부족함도 느꼈습니다. 그래서 2021년에는 한 달에 한두 번 이상은 이런 소재의 영화를 꼭 찾고 있어요.
오늘 말하는 영화 <그것만이 내 세상>은 자폐 성향을 가진 주인공 진태의 서반트 신드롬(자폐 성향이나 지적 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특정 분야에서 천재성을 보이는 현상)을 담고 있는 영화인데요. 진태가 가진 재능을 표현한 곡들과 이를 표현하기 위한 배우들의 노력을 한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진태가 보여준 서반트 신드롬은 피아노라는 영역에서 발현됩니다 피아노.음악적인 재능이지 하루아침에 이루어진게 아니에요. 그런데 진태 역의 박정민은 바이엘 한 번도 잡아보지 않은 초보자였다고 해요. 게다가 피아노에 대해 잘 모르던 그가 호기롭게 감독에게 직접 하겠다고 나서면서 그는 진짜 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말았습니다.
박정민 배우는 CG를 권하는 감독님들의 고집을 무릅쓰고 6개월간 매일 연습했대요. 물론 피아노를 쳐본 적도 없고 음악적 지식이 갖춰진 것도 아니어서 완벽하게 소리를 내는 것은 불가능했지만 영화에서 보듯 그는 꽤 자연스러운 타건 능력을 보여줍니다. 6개월이라는 시간에 초보자가 영화 속에 나오는 주옥같은 곡을 외우기란 사실 불가능하다고 생각했지만 이것만으로도 배우의 열정이 얼마나 대단한지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또 서번트 증후군 인물을 연기해야 했기 때문에 공부를 위해 집 근처 특수학교에서 봉사활동을 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사람들과 계속 마주하다 보니 그들의 특성을 자기도 모르게 따라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이런 행동이 상대에게 큰 상처를 줄 수 있기 때문에 박정민은 상당히 조심했다고 합니다. 그는 영화의 시작부터 끝까지 새번트 증후군인 사람들과 가족이 불편하지 않도록 하는 소망을 가지고 임했다고 할 정도입니다.
결국 그는 피나는 노력으로 CG 없이 영화 그것만이 내 세상을 촬영하는 데 성공했어요. 저는 전문가는 아니지만 그가 건반을 누르는 모습, 표정은 아주 자연스럽고 행복해 보였어요.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할까요?
그럼 영화 속에서 박정민이 직접 연주한 곡에 대한 정보를 알아볼까요? (아래의 영상 재생 버튼을 눌러 곡 정보를 확인하며 들을 것을 권장합니다.) 유튜브 출처 : 무품묵곡 순서 0:21 내 소리를 들어라 0:55 베토벤, 월광 소나타 3악장 2:20 쇼팽, 피아노 협주곡 1번 Op.113 악장 3:21 즉시 브람스, 헝가리 무곡 제5번
- 내 목소리를 들어라 Listen to me

처음 등장한 곡은 ‘내 목소리 들어라’라는 성가대 곡이었습니다 이때까지도 주인공 진태가 보여주는 모습은 피아노보다는 휴대전화에 집중돼 있어 어느 정도의 재능과 열정을 갖고 있는지 정확히 판단하기가 어려웠습니다.
2. 베토벤 열광 소나타 3악장 beethove Moonlight Sonata 3rd movement

조하(이병헌)와 함께 전단지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길거리에 있는 피아노를 발견하고 머릿속에 떠오르는 곡 하나를 연주하는데. 여기서 보여드린 곡이 베토벤의 ‘월광소나타 3악장’입니다. 이 모습을 본 저랑 조하의 표정이 똑같았어요 얼마나 놀라운지…! 조하는 이 모습을 보고 그가 가진 재능을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찾습니다.
3. 쇼팽 피아노 협주곡 제1번 Op.11 3악장 Chopin Piano Concerto No.1 Op.11 3rd movement

조하의 지인 한가율(한지민)이 당대 최고의 피아니스트라는 것을 안 뒤 동생이 갖고 있을 가능성이 어느 정도인지 알아보려고 그녀를 찾아가려 했지만 매몰차게 거절당했어요. 진태는 그녀 집 한쪽에 천으로 둘러싸인 피아노를 발견하고 앞에 앉아요. 쇼팽의 <피아노 협주곡 11번 Op.113악장>을 그 자리에서 연주해 가율의 관심을 이끌어냅니다.
4. 브람스 헝가리 무곡 제5번 Brahms Hungrarian Dance in G Minor No.5

하지만 1곡만 듣고 진태의 재능을 평가할 수는 없기 때문에 한가율은 브람스의 <헝가리 무곡 5번 도입부를 들려줍니다. 그러면 진태는 듣고 곡을 그대로 따라할 뿐만 아니라 완벽한 마무리까지 보여줘요. 이 모습으로 보아서는 잃어버린 피아노에 대한 열정을 다시 찾을 수 있었고, 진체의 재능을 인정하고 그를 지원하겠다는 마음을 갖게 됩니다.
5. 쇼팽, 즉흥환상곡 Op. 66 Chopin’s improvisational illusion Op.66

피아노에 천재적인 재능이 있다는 걸 알면서도 가정환경 때문에 마음껏 지원하지 못하는 안타까운 상황이 영화 속에 고스란히 드러납니다. 하지만 가율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무대에 설 기회를 얻게 되죠. 쇼팽의 <즉흥환상곡 Op.66>은 진태의 힘찬 발걸음을 그대로 담은 곡이 아닐까요?
6. 차이코프스키 피아노 협주곡 1번 1악장 Tchaikovsky, Piano Concerto No.1, 1st movement

난생 처음 대중 앞에서 오케스트라 무대에 서서 차이코프스키의 피아노 협주곡 1번 1악장을 연주합니다. 그녀가 너무 긴장해서 실수라도 하지 않았나 보는 제가 더 긴장한 장면이 아닐까 싶어요. 뿐만아니라자폐를가지고있는진태가다른단원들과어떻게호흡을맞춰가는지살펴볼필요가있는장면입니다.
그것만이 내 세상 It’s only my World

영화 제목이자 엔딩곡으로 등장하는 그것만이 내 세계는 영화 전체를 관통하는 느낌이에요. 장애를 가졌지만 온전히 자기 영역을 만들어 가는 진태의 모습을 보면서 주어진 환경에 만족하지 못하는 제 자신이 정말 부끄러웠습니다. 마지막으로 울려 퍼지는 이 곡에 진심 어린 박수와 눈물이 흐르는 것을 멈출 수가 없었어요.
영화 그것만이 내 세상의 모든 피아노 곡과 연주 장면을 CG 없이 소화해낸 박정민 배우가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했어요. 그가 보여주는 모습을 보고 천부적 재능으로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해낼 줄 알았는데 그는 천재성과 근면성을 겸비한 배우였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