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고혈압 기준 적정하나 20년간 변화 없다

고혈압 전 단계에서도 관상동맥경화 중 발생할 가능성이 1.37배↑한국 기준으로 고혈압 전 단계에서도 관상동맥경화 중 발생할 가능성이 1.37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 미국보다 고혈압 기준이 높다. 고혈압 전 단계에서도 유병률이 파악된 만큼 고혈압 기준 재설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이는 쉽게 처리될 일이 아니다. 고혈압 기준이 낮아지면 환자는 늘어나기 마련이다. 국민부담과 건강보험 재정부담도 증가한다. 현재 고혈압 기준과 관련해 다양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20년간 변하지 않은 한국의 고혈압 기준을 재설정해 사전에 건강 위험에 대한 적절한 대처가 필요하다는 의료계 의견도 있다.

고혈압은 각종 심뇌혈관질환의 대표적 위험인자다. 세계적으로 이환율(일정기간 내에 발생한 환자 수를 인구당 비율로 나타낸 것)이 높아 빨리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국에서는 수축기 혈압이 140㎜Hg 이상이거나 이완기 혈압이 90㎜Hg 이상인 경우를, 미국에서는 수축기 혈압이 130㎜Hg 이상이거나 이완기 혈압이 80㎜Hg 이상인 경우를 고혈압으로 진단한다.

이승환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교수가 고혈압 전 단계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사진=서울아산병원]

한국과 미국의 고혈압 진단 기준 사이에 해당하는 ‘수축기 혈압 130~139㎜Hg, 이완기 혈압 80~89㎜Hg(국내 기준 고혈압 전 단계, 미국 기준 1단계 고혈압)’의 진단과 치료에 대한 의견이 서로 다르다. 이런 가운데 최근 고혈압 전단계와 관상동맥경화증의 상관관계에 관한 연구결과가 나왔다.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이승환·이필형 교수팀과 세종충남대병원 심장내과 윤영훈 교수는 국내 기준 고혈압 전 단계 환자군과 정상혈압군을 대상으로 관상동맥경화증 위험도를 분석했다. 그 결과 고혈압 전 단계 환자군이 정상 대조군보다 관상동맥경화증 발생 위험이 1.37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관상동맥경화증은 심장에 혈액을 공급하는 관상동맥벽에 콜레스테롤이 침착돼 경화반이라는 단단한 섬유성막이 생기고 경화반이 파열되면서 만들어진 혈전으로 혈관이 좁아지거나 막히는 상태를 말한다. 관상동맥경화증이 생기면 심장에 산소와 영양소 공급이 어려워져 협심증, 심근경색, 심부전, 부정맥 등 심장질환을 일으킨다.

연구팀은 2007년부터 2011년까지 서울아산병원 건강증진센터에서 관상동맥컴퓨터단층촬영(CT)을 한 수검자 중 심장질환이 없어 항고혈압제를 복용한 적이 없는 4666명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 대상을 미국 고혈압 가이드라인에 따라 정상군(120/80㎜Hg), 고혈압 전단계(120~129/80㎜Hg), 1단계 고혈압(130~139/80~89㎜Hg), 2단계 고혈압(140/90㎜Hg)으로 나누어 분석했다. 관상동맥경화증 유병률이 정상 혈압군과 비교해 고혈압 전 단계에서는 1.12배, 1단계 고혈압에서는 1.37배, 2단계 고혈압에서는 1.66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승환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교수는 “한국의 고혈압 진단 기준은 약 20년간 변화가 없었다”며 “세계적으로 고혈압 기준을 낮추고 있는 추세이기 때문에 한국도 고혈압 기준을 낮추기 위해서는 이를 뒷받침할 근거가 많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고혈압의 전 단계가 관상동맥경화증과 유의한 상관관계가 있음을 입증한 만큼 향후 국내 고혈압 진단기준 재설정, 심뇌혈관질환 예방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미국 고혈압학회지(American Journal of Hypertension)’ 최신호에 실렸다.

정종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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