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인 장미희(64)가 KBS 2TV 주말드라마 삼형제가 용감하게로 주목받고 있다.극중 60대 초반의 기업인이다.건물주, 여장부 스타일, 예술가적 감성에 스마트한 머리, 사업 수완이 있다. 미모와 세련미, 패션은 과감하고 우아해 20대 캐주얼을 모두 소화한다. 강하지만 내면에 외로움과 소녀의 감성, 혼자 방에서 영화를 보며 자주 운다. 가끔 외로움에 젖는 날이면 명품 가방 속에서 와인을 꺼내 빨대를 꽂고 마신다. 아들의 매니지먼트를 절반 이상 하고 있다. 시계를 14년 전으로 돌린다. 바로 ‘미희의 전성시대’다. 김수현(65)작 엄마에게 뿔났다를 히트 드라마로 만든 주역이 장미희(50)다. TV 광고에 명백히 나온다는 사실이 극중 장미희의 호소력을 방증한다. 시청자, 즉 소비자가 소 닭처럼 만드는 인물은 상업광고 모델이 될 수 없다. 장미희는 자신의 물을 만났다. 연기하면서 스스로도 놀랄지도 몰라. 제2의 전성기라는 상투어만으로는 부족할 정도로 적역이다. ‘엄마가 뿔났다’는 새로 김수현 사단에 들어간 젊은 탤런트들의 드라마가 아니다. 오랜만에 나타난 김혜자(67)의 가출 드라마도 아니다. 이순재(73)와 정양자(66)의 로맨스 그레이도 아니다. 모든 등장인물을 따라다닐 정도의 실력을 장미희는 발산하고 있다. 한 프레임으로 서너 가지 감정을 드러낸다. 며느리와 점잖게 대화하던 귀부인이 순간 속물의 안색으로 해당 장면을 마무리한다. 탄성을 자아내는 뛰어난 연기력이다. 드라마가 끝나면 어디로 전화라도 해 장미희를 시청한 소감을 확인, 공유하는 이들이 많기도 한다. 한국 드라마에서 이만한 캐릭터가 있었는지 기억이 안 난다. 우아함과 저급함을 오가는 표정 변화, 각본 요구에 따른 과잉행동이 자로 잰 듯 정확하다. 몸매의 예각도 흐트러지지 않았다. 중장년으로 분류되는 연령층이라는 사실이 무색해지고 있다. 김희선(31) 김하늘(30) 식으로 모이는 명품, 정확히는 사치품 의상을 협찬받는 수준이다. 성형 흔적도 보이지 않는다. 어색하고 팽팽한 다른 보톡스 페이스와도 무관하다. 콧구멍이 탁 트인 한 미녀 탤런트(36)는 장미희 앞에서 반성하고 있다. 누구나 가슴살을 훤히 들여다보는 젊은 여배우들을 지켜보며 청춘에 그리 경험하지 못한 일들이 포한처럼 뒤늦게 신체 노출을 감행하는 왕년의 미인들과도 장미희는 거리를 둔다. 윤미라(57) 김수미(57) 김혜숙(53)처럼 엑스포즈 모드로 일상생활 촬영 카메라 앞에 서지 않는다. 집 부엌에서 가족들과 밥을 먹는 장면에서 레드카펫 룩이 무슨 말이냐는 얘기다. 장미희의 패션 아티튜드는 때와 장소를 정한다. 연기를 잘하는 미희라고 해서 누구나 장미희와 같은 흡입력을 갖는 것은 아니다. 허구가 아니라 일상에서도 잊을 것 같으면 구설을 불러와야 셀럽티다. 가십과 스캔들은 스타의 장수 보약이다. 장미희는 영리한 인상에 매달렸다. 초등학생 때 헤르만 헤세를 읽은 영혼까지 성숙한 배우이기에 내면도 충실하다고 알리려고 노력했다. 그 와중에 과유불급을 절감하기도 했다. 멀리는 고교 졸업 시비부터 작금의 학력 파문에 이르기까지 지식 혹은 이지적 이미지 추구가 집착을 넘어선 망령 수준이다. 학력을 보면 웃음이 나오는 연예인은 의외로 많다. 출신 교명 자체를 숨기는 한류스타도 있다. 문교부 학력인정고교 같은 곳을 마친 경우다. 그래도 별 탈 없이 스타덤을 구가하고 있다. 팬들은 밖을 살 뿐이다. 명문대 고학력자를 예체능계에서 찾지 않는다. 학력에 얽힌 장미희의 수난사는 상당 부분 자초한 것이다. 둔감한 것인지, 매집이 매우 강한 것인지 장미희는 학력에 연연하지 않고 학력에 발목도 잡히지 않는다. 숨은 그림 찾기식 거국적 학력 확인 운동이 직격탄을 날렸지만 장미희는 매트릭스 키아누 리브스(44)처럼 피해 오뚜기처럼 발목을 잡았다. 그리고 이전보다 더 강하고 화려해진 분위기로 대중문화계를 뒤흔들고 있다. 그 나이에 패션 월간 화보의 주인공 겸 메인 인터뷰라니 놀랍다. 경국급 루머도 날려버린 그다. 더 나쁠 게 없다고 생각하는 상황에서도 장미희는 좌절하지 않았다. 1980년대 중반90년대 초 황진이 윤심덕을 걸출하게 재현했다. 이 두 여성을 장미희보다 잘 해석한 배우는 아직 없다. 강철은 어떻게 단련됐는지 장미희의 인간 승리가 좋은 보기다. 정면 돌파가 성공하자 장미희는 사명 같은 학력에 도전하며 절정을 맛봤다. 교수 제목이다. 거기에 안주했다면 친근감은 기대에 차 있었을지도 모른다. 나 혼자 고고의 별천지에서 흘러나온 스타로 잊혀지기 딱 좋았다. 하지만 과연 장미희는 남달랐다. 엉뚱하게 ‘육남매’의 명대사 ‘덕사세요’, 오래 남을 ‘아름다운 밤입니다’로 개그맨들을 먹였다. 이후로는 양다리다. 후루타카와 유쾌 사이를 오가고 있다. 큰돈은 코미디로 한다.부끄럽지 않은 주스, 근무시간에 주식하면 안 되는 시트콤형 CF가 대표적이다. 장미희는 ‘국민 누나’가 될 필요충분조건을 갖췄다. 미모나 학식 자랑은 잊고 무릎 도사에 출연하면 된다. 자타공인 국민언니의 타이틀은 그의 몫이다. 강호동(38)이 염불하듯 기다리기 힘든 장동건(36) 정도로는 잠재울 수 없는 슈퍼 후유증이 예상된다. 물론 섬기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신동립 기자 2008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