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률이 연예인을 논할 때 절대 지표였던 시기가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시청률 자체는 인기를 대변할 수도, 수익성을 대변할 수도 없습니다. 예능 수익성을 계산하기 위해서는 대부분의 방송사가 타깃으로 삼고 있는 2049 시청률이 훨씬 중요하며 프로그램의 인기를 논하기 위해서는 갤럽 선호도를 보는 것이 옳을 것입니다. 화제성도 중요하다지만 정확한 측정법에 관해 많은 논의가 필요합니다. 그럼 과연 현재의 예능 TOP5는 어떻게 정리할 수 있을까요?
- 놀면 어떡해?MBC / 유재석
현재 예능중 가장 메이저에 가까운 프로그램은 <놀면 뭐하니?>라고 생각합니다. 우선 높은 2049 시청률과 선호도가 뒷받침하고 있습니다. <놀면 뭐하지?>>는 작년 한 해 평균 6.4%의 2049 시청률을 기록하며 5.8%를 기록한 <미스터트롯>보다도 높은 순위를 기록했습니다. 방영 후반기 시청률 30%를 넘어선 <미스터트롯>보다 더 알찬 프로그램이라는 해석도 불가능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놀면 뭐하지?>>는 작년 하반기 ‘환불원정대’ 편이 가구시청률 10%대 초반을 계속 기록했고, 2049시청률 역시 7~9%대 수준으로 평균 상승을 견인했음을 고려해야 합니다. 즉 올해 방영된 편들이 대체로 ‘환불원정대’ 편 수준보다는 다소 낮은 가구 시청률을 기록해 왔기 때문에 연평균 2049 시청률은 아직 6.4%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가장 체감 인기에 가까운 인기 지표라 할 수 있는 한국갤럽의 ‘한국인이 좋아하는 TV 프로그램’ 조사에서도 <놀면 뭐하니?>는 좋은 성과를 내고 있습니다. 4주 결방으로 순위가 다소 하락한 8월을 제외하고 최근 3개월을 보면 모두 예능 1위입니다. 5, 6월에는 전체 프로그램을 통틀어 1위였습니다. 올해 5월에 열린 백상예술대상에는 <놀면 뭐하니?>가 연예작품상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놀면 뭐하니?>와 함께 후보에 함께 오른 <유 퀴즈 온 더 블록>까지 주도적으로 이끌고 있는 유재석은 2013년에 이어 TV 부문 대상을 또 한 번 수상하는 기염을 토했다. 즉, <놀면 뭐하지?>>는 수익성, 대외평가, 인기까지 모든 부분에서 탑을 달리고 있는 현재 국내 최고의 예능방송 콘텐츠라고 해도 손색이 없습니다.
2. 사랑의 콜센터 TV조선/김성주, 붐, 임영웅, 영탁, 이찬원, 정동원, 장민호, 김희재
<미스터트롯>의 힘은 1년 넘게 강력했습니다. 물론 방송계에서 주 타깃으로 삼지 않는 50대 이상 시청자가 주 고객층이지만 그들도 엄연한 시청자입니다. 특히 중장년층의 압도적인 인기를 얻으며 갤럽 선호도 조사에서도 선전한 경우는 <미스터트롯> 계열 프로그램이 사실상 처음이라 이들 프로그램이 이뤄낸 성과는 결코 비하할 수 없습니다. 높은 가구 시청률에 힘입어 지난해에는 2049 시청률이 연간 TOP20 안에 들기도 했습니다.
<사랑의 콜센터>는 <미스터트롯>의 영향력이 매우 강력하게 남아있던 작년에 비하면 시청률이나 선호도 면에서 전반적인 하락세를 보였지만 여전히 예능 중에서는 정상급 수준의 성적을 보이고 있습니다. 평균 시청률은 10% 안팎으로 전체 예능 중 3위 안에 해당하는 성적으로 선호도만 놓고 보면 최근 조사에서는 일단 전체 1위였습니다. <놀면 뭐하니?>가 ‘MSG 워너비’ 편으로 대박을 터뜨리기 이전인 4월에도 전체 1위에 올랐고, 5~7월에는 예능 2위 자리를 지켰다.
<사랑의 콜센터>와 형제 프로그램 격인 <뽕숭아학당> 역시 높은 시청률과 선호도를 자랑했지만, <사랑의 콜센터>보다는 항상 아래였지만 이전에는 TOP6 일부만 출연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봉숭아학당>이 TOP6 체제로 개편된 이후에도 이 현상이 지속되는 것을 보면 <사랑의 콜센터>가 <미스터트롯> 종영 후 바로 같은 시간에 방영된 적통 스핀오프작이라는 점과 주 타깃층인 50대 이상에게는 <무한도전>류의 예능인 <봉숭아학당>보다 <사랑의 콜센터>를 더 편하게 볼 수 있는 프로그램이라는 점이 크게 작용할 것으로 판단됩니다.
3. 유퀴즈 온더블럭 tvN/ 유재석, 조세호
대중보다 평론가들이 먼저 살펴본 프로그램이에요. ‘유 퀴즈 온 더 블록’은 시청률이 2%대에 불과했던 2019년에 이미 평론가와 연예계 종사자들 사이에서는 올해의 예능으로 선정됐습니다. 결국 2020년 코로나19로 실내에 들어오면서 더 퍼텐셜이 폭발하게 됐지만 지금은 안정적으로 시청률 5% 이상에 갤럽 선호도 조사에서도 꾸준히 전체 프로그램 중 5위 내, 예능 중에서는 3위 안에 포함되는 인기 프로그램으로 확실히 분류되고 있습니다. tvN 프로그램 특성상 시청자 대부분이 2049에 포함됩니다.
최근 4주간 시청률을 보면 물론 올림픽 특수가 있었지만 평균 6%대의 시청률을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8월의 갤럽 선호도 조사에서는 예능 중에서 무려 2위였습니다. 올해의 백상예술대상을 보면 ‘유 퀴즈 온 더 블록’이 작품상 후보에 오르며 ‘놀면 뭐하니?’에 밀려 수상은 놓쳤지만 MC 유재석이 대상을 수상했다는 점과 조세호가 ‘유 퀴즈 온 더 블록’ 하나만으로 남자 예능상 후보에 오른 점을 미루어 볼 때 대외 평가가 매우 높은 편임을 알 수 있다. 방탄소년단 아이유, 황정민, 조승우 등 유명 최고급 스타들도 <유 퀴즈 온 더 블록>에 앞다퉈 출연하고 있는 상황이기도 합니다.
4. 런닝맨 SBS/유재석, 지석진, 김종국, 하하, 송지효, 양세찬, 전소민
다소 의외라고 생각할 수도 있어요. 전통적인 인기 지표인 가구 시청률만 봤을 때 <런닝맨>은 평균 5%대, 심지어 4%대도 종종 나오는 프로그램입니다. 시대가 아무리 바뀌었다고 해도 가구 시청률 4%대라면 높은 것과는 거리가 있는 게 사실이기 때문에 좀 이상하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세상이 어떻게 변했는지 봐야 합니다. 제가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먼저 2049 시청률과 갤럽 선호도를 살펴보겠습니다. ‘런닝맨’은 낮은 가구 시청률에도 불구하고 2049 시청률은 예능 중 3%대로 상위권입니다. 2020년에는 예능 프로그램 12위에 올랐습니다. 지난해 기준 불과 일주일 동안 방송돼 순위에 포함된 <신서유기 7>(10위), 한 달도 결방된 <미스트롯 2>(4위)를 제외하면 10위입니다. 갤럽 선호도를 봐도 2019년 평균 1.7%, 2020년 평균 1.9%, 2021년 평균 2.5%(8월까지 기준)로 계속 상승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인기 상승 뒤에는 뉴미디어의 부상이 있습니다. 20대가 주 타깃인 <런닝맨>은 TV보다 OTT나 유튜브 등에서 더 핫한 반응을 얻고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런닝맨>은 업계 2위 OTT인 웨이브에서 1년 넘게 예능 재방송 1위 자리를 놓치지 않고 있으며 유튜브 클립도 네이버TV와 계약된 클립 영상이나 예고편을 제외하면 대체로 100만이 넘는 조회수를 보이고 있습니다. <런닝맨> 공식 채널뿐만 아니라 SBS 관련 채널을 통해 매주 유튜브 인기 동영상으로 한 자리씩 진행하고 있는 것이 <런닝맨> 영상이기도 합니다.
5. ???
나머지 한 자리에는 어떤 프로그램을 넣을지 고민을 많이 했어요. 어떻게 됐던 시청률이 가장 높고 2049 시청률도 최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는 <미운 우리 새끼>, 역시 높은 2049 시청률과 죽지 않는 선호도, 화제성을 자랑하고 있는 <나 혼자 산다>, 선호도로만 보면 최상위권인 <봉숭아학당> 등 이 세 프로그램 중 하나를 올리는 게 맞다고 생각했습니다.
5. 나혼자 산다 MBC/전현무, 박나래, 기안84, 헨리, 화사, 성훈, 키 등
먼저 <미운 우리 새끼>가 <나 혼자 산다>에 비해 가구 시청률은 충분히 앞서고 있지만, 2049 시청률은 <나 혼자 산다>가 현재 우위를 점하고 있는 것이 가장 크게 고려되었습니다. <미운 우리 새끼>는 재작년에만 해도 2049도 예능 중 1위였으나 지난해에는 6위로 하락했습니다. 시청률만 보면 지상파 중 고정적인 1위나 2049 비중이 낮아 <삼시세끼 어촌편>, <나 혼자 산다>, <놀면 뭐하니>, <미스터트롯>에 밀렸습니다. <나 혼자 산다>와 <미운 우리 새끼>가 작년과 큰 차이 없는 시청률을 보이고 있는 것을 생각했을 때 아무래도 올해도 비슷할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나 혼자 산다>가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꾸준히 이슈를 골라내고 있고 선호도가 앞서 있는 것까지 보며 <미운 우리 새끼>보다 앞선다고 판단했습니다. <봉숭아학당>은 <나 혼자 산다>보다 시청률이 조금 높고 선호도도도 앞서고 있지만, 2049 시청률이 훨씬 낮은 것을 보고 역시 <나 혼자 산다>보다 아래에 둘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나 혼자 산다>의 경우 지난해 광고 수익으로 260억원 이상을 올렸다고 할 정도로 MBC 캐시카우입니다. <놀면 뭐하니>가 200억원 이상이라고 하는데 그 비결은 2049시청률입니다. 2020년 <나 혼자 산다>는 2049 시청률 예능 2위, <놀면 뭐하니?>는 3위였습니다. 1위는 <삼시세끼 어촌편 5>였는데 시즌제 프로그램임을 감안하면 지난해 최고의 효도 예능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나 혼자 산다>는 웨이브에서 <놀면 뭐하니>와 예능 2위 자리를 치열하게 다투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