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본 넷플릭스 영화가 조금씩 아쉬웠는데 ‘폴라’는 그중에서 가장 좋았다. 고독한 킬러 던컨의 이야기에서 존 윅의 하위 호환이랄까. 킬러 혼자서 거대조직을 무너뜨리는 이야기지만 액션도, 스토리도, 구현화된 캐릭터도 B급 액션영화 중 최고다. 참고로 19금에서 선정적인 장면도 일부 있고 심하지는 않지만 잔인한 장면도 있다.
영화는 호화 별장에서 은퇴 만세를 부르는 한 남자가 나오면서 시작된다. 정원 수영장에서는 비키니를 입은 섹시한 여성이 나오고 남성은 샴페인을 터뜨린다. 둘만의 파티가 열리려는 순간 이 남자는 등 뒤를 노린 총탄에 맞아 곧 등장한 괴한 4명에게 둘러싸여 죽고 만다. 왜 자신을 죽이느냐고 묻는 남자에게 한 남자가 말한다. “당신은 너무 늙었다고”
그리고 장면 변화 영화의 주인공 ‘덩컨’이 등장할 차례 청부조직 비비온은 던컨에 자신들의 조직에 속한 킬러들이 수시로 습격을 당하고 상대 조직으로 의심되는 사람을 처리하도록 의뢰한다.
명령을 받은 던컨은 업계에서 블랙카이저로 불리는 전설적인 킬러다. 그는 2주 후면 은퇴해 오랫동안 킬러로 일했기 때문에 거액의 퇴직금을 받을 예정이다. 그는 과묵하고 조심스럽고 차가워 보인다. 전화 한 통의 위치추적을 당할지 어떨지 가끔 USIM칩을 교환하며 나누었고 등록된 주거지도 네 군데나 된다.
그러나 개나 금붕어를 기르려는 모습에서는 어딘가 따뜻함을 갈구하는 듯한 느낌이 든다. 잠잘 때 모종의 사건을 떠올리며 고생하는 모습도 던컨에 인간성이 남아 있음을 보여준다. 그는 방아쇠를 당길 때 서슴지 않는 무자비한 킬러이지만 동시에 후회를 하는 면도 있고, 철저히 계획하고 무엇이든 조심하고 외부와 거리를 두지만 동시에 외로움과도 싸우는 모습을 보여준다.
덩컨이 의뢰를 해결하고 비비앙에게 연락을 취한다. 그러나 왠지 모르게 당황하는 비비앙. 알고 보니 사건의 배후는 덩컨이 소속한 조직의 자작극이었기 때문이다. 청부업자를 둔 조직에선 은퇴자가 몰리던 때라 부채가 장난이 아니다. 은퇴자를 살해하는 동안 던컨의 부탁 역시 그를 죽이기 위한 함정이었다.
던컨은 어느 정도 떨어뜨린 구멍이라는 걸 눈치챘지만 단지 비비안에게 그녀가 상관없기를 바란다며 쿨하게 한마디 했을 뿐. 깊은 호수는 작은 돌멩이 하나에 흔들리지 않는다. 던컨 역시 일렬 사건이 틈틈이 잡화점에서 알게 된 이웃의 카밀에게 관심을 보이며 일상을 이어가고 있다. 카밀은 어딘지 모르게 그와 대조적인 여자다. 그러고 보니 영화 제목은 폴라(북극) 하면 두 사람이 살고 있는 마을 가득 눈과 겨울의 느낌이 나지만 양극의라는 의미도 있지 않을까. 두 사람은 어딘지 묘한 분위기를 풍긴다. 이렇게 별일 없이 가면 영화 로맨스로 장르가 바뀔 것 같은데
던컨을 살해하려던 조직의 보스는 쉽게 포기할 줄 모르는 남자여서 영화는 계속 킬러 영화로 지속된다. 그렇다면 과연 던컨에게는 어떤 일이 벌어질까.
일행을 요약하면 퇴직금을 아끼기 위해 은퇴자를 죽이는 청부집단을 레전드 킬러가 전복시키는 얘기다. 이야기는 단순하지만 나오는 인물이 훌륭하다. 그리고 인물이 멋지면 이야기가 단순해도 영화가 재미있다. 존 윅도 한 묶음으로 치면 기르는 애견을 죽인 한 조직을 레전드 킬러 하나가 전복시키는 이야기가 아닐까.
폴라는 줄타기를 위태롭게 하는 영화다. 악당에 나오는 캐릭터가 너무 화려해. 등장하면서 이름이 나오는데 이것도 되게 화려하다 화려한 것은 잘하면 멋지지만 못하면 촌스러워진다. 온몸을 덮는 갑옷보다 비키니처럼 천처럼 생긴 갑옷의 방어력이 더 높다는 판타지 게임의 법칙처럼 각종 총으로 무장한 근육질의 남성보다 힙합퍼처럼 입은 마른 남성이 살상력이 높다. 잘하면 정말 힙하고 멋있을 텐데 못 하면 별로고 이상해 영화 보면서 저 배 잘 탈 줄 알았어 힙하고 멋지다 다만 이 줄타기에서 공감하지 못하면 영화의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존 윅 이후 존 윅다운 영화가 어디 없느냐는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은 영화다. 매즈 미켈슨의 카리스마가 폭발하는 영화 ‘폴라’였다.